티타의 첫 자리 — 유영국 앞에서 만난 네 사람
2026년 8월 19일, 티타가 처음으로 자리를 열었습니다. 서울시립미술관 유영국 회고전을 함께 보고 차 한 잔을 나눴습니다. 도슨트는 놓쳤고, 계획은 절반쯤 어긋났지만, 그날 남은 이야기를 적어둡니다.
혼자 가기는 아쉽고, 같이 갈 사람은 마땅치 않고. 저희가 만나 뵌 분들이 가장 많이 하신 말입니다. 시간도 여유도 생겼는데 함께할 사람이 없어서 미뤄둔 것들이 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래서 티타가 하려는 일은 결이 맞는 분을 알려드리는 데서 한 걸음 더 갑니다. 무엇을 함께할지, 어디서 언제 모일지까지 짜 드리는 것. 좋은 전시가 열리면 자리를 만들고, 가볼 만한 곳이 있으면 날짜를 잡습니다. 2026년 8월 19일 수요일 오전, 티타의 첫 모임을 열었습니다.

장소는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한국 추상미술의 거장 유영국의 탄생 110주년 회고전이 열리고 있었습니다. 오전 10시 50분, 1층 로비에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서로 얼굴을 모르니 안내문을 한 장씩 인쇄해 손에 들고 서 있었습니다.
계획은 시작부터 어긋났습니다
11시 도슨트 해설을 함께 들을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도슨트는 미술관 문이 열리기도 전에 마감돼 있었습니다. 선착순 스무 명. 안내문에는 도슨트라고 적어두었는데, 첫 자리부터 약속을 못 지킨 셈이 됐습니다.
그래서 자유관람으로 바꿨습니다. 그런데 이게 뜻밖에 좋았습니다. 나중에 한 분이 이렇게 적어 보내주셨습니다.
도슨트 해설을 따라 이동했다면 그림이 더 이해가 잘 됐겠지만, 자유관람도 느낌은 더 좋았던 것 같습니다. 혼자만의 사색을 가질 수 있어서였달까.
— 함께해 주신 회원의 말

해설 시간에 맞춰 다 같이 움직이는 대신, 각자의 속도로 보시게 됐습니다. 계획대로 됐다면 오히려 없었을 시간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림 앞에서는 무슨 말을 할지 고민하지 않아도 됩니다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의 자리에서 가장 어려운 건 첫마디입니다. 나이를 묻자니 실례 같고, 직업을 묻자니 재미가 없습니다. 그래서 이 자리는 처음부터 전시를 먼저 보고 이야기를 나중에 하는 순서로 짰습니다. 방금 같이 본 것이 있으면, 할 말은 저절로 생깁니다.

관람을 마치고 미술관 1층 카페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차를 앞에 두고 나눈 첫 질문은 이것이었습니다. "오늘 그림 중에 제일 오래 서 계셨던 작품이 뭐였어요?" 각자 본 것이 달랐기 때문에, 답도 모두 달랐습니다.
차만 하고 먼저 일어나신 분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괜찮다고 안내문에 미리 적어두었고, 실제로 그렇게 하셔도 아무렇지 않은 자리가 되기를 바랐습니다. 오후 일정이 있는 분께 "조금만 더 계시죠"라는 말이 얼마나 부담스러운지 알기 때문입니다.
시간이 마침 점심때였습니다. 한 분이 점심까지 함께하자고 먼저 제안해 주셨고, 남은 분들이 근처에서 함께 밥을 먹었습니다. 준비한 순서에는 없던 일이었습니다. 자리를 연 사람이 이끈 것이 아니라 온 분이 제안해서 이어진 시간이라, 저는 그 대목이 오늘 가장 좋았습니다.
밥을 먹으면서는 오늘 본 그림 이야기를 별로 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다음에 갈 곳 이야기를 계속 하셨습니다. 어디에서 무슨 전시가 열리고 있다더라, 그 미술관은 정원이 좋더라, 과천 쪽에도 가볼 만한 곳이 있다더라. 서로 아는 것을 꺼내놓고 "다음엔 여기 가보면 좋겠다"는 말이 오갔습니다.
저는 그 이야기를 들으며 받아 적었습니다. 오늘 자리에서 제일 값진 것은 사실 이 부분이었습니다. 무엇을 좋아하는지 물어보는 것보다, 이미 알고 계신 것을 서로 나누는 자리가 훨씬 정확합니다. 다음 자리들은 오늘 나온 이름들에서 나올 겁니다.

손으로 쓴 쪽지
오시는 분마다 안내문과 함께 쪽지를 한 장씩 드렸습니다. 각자에게 따로 쓴 짧은 글이었습니다. 창립회원 번호를 적고, 고맙다는 말을 적었습니다. 잘 쓴 글씨는 아니었지만, 그 자리에서 읽어주시는 모습을 보는 게 좋았습니다.

많은 사람들 중에서 결이 맞는 사람들을 뵙게 되어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 함께해 주신 회원의 말
다음엔 더 잘 준비하려고 합니다
도슨트가 문 열기 전에 마감된다는 걸 미리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다음엔 이런 것부터 확인해두려고 합니다. 나이대가 꽤 벌어졌던 것도 배운 점이었습니다. 사람은 나이로만 만나는 게 아니지만,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는 어느 정도 비슷한 편이 서로 편안하더라고요.
그 배움이 곧바로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첫 자리 나흘 뒤인 8월 23일에 두 번째 자리를 열었고, 여섯 분이 이름을 올려주셨습니다. 그런데 자리를 며칠 앞두고 여섯 분이 모두 못 오시게 됐습니다. 남녀 구성이 마음에 걸린다는 분, 나이 차이가 크다는 분, 일정이 겹친 분. 뒤의 하나는 어쩔 수 없지만 앞의 둘은 자리를 열기 전에 저희가 여쭀어야 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 열려 있는 자리에는 어떤 분들이 모이는지를 먼저 적어두었습니다. 나이대가 정해진 자리도 있고, 여성분들끼리 만나는 자리도 있습니다. 신청하기 전에 보이도록 했습니다. 사람을 가리려는 게 아니라, 앉으셨을 때 서로 편한 자리를 만들려는 것입니다.
자리를 마치고 나서 여러 말씀을 들었습니다. 덕분에 다음에 무엇을 손봐야 할지가 분명해졌습니다. 자리를 제안하실 때 어떤 분들과 만나고 싶은지, 어느 날에 나오실 수 있는지 직접 고르실 수 있게 해두었습니다.
티타의 자리는 회원의 제안으로도 열립니다. 실제로 다음 자리 하나는 한 회원이 "이런 곳에 가보고 싶다"고 제안해 주셔서 열렸습니다. 제안하신 분이 그 자리의 리더가 됩니다.
다음 자리
지금 열려 있는 자리는 이렇습니다. 8월 26일 익선동 브런치(40대 후반~60대 중반), 8월 27일 서울공예박물관(여성분들끼리), 8월 28일 사간동 꽃집 카페(나이 제한 없이), 8월 30일 신촌 필름포럼에서 영화 한 편(40대 후반~60대 초반), 9월 2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수요일 야간개장(40대 중반~50대 초반). 자리마다 또래로 모입니다.
강남에서 조조 영화를 보는 자리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오늘 오신 분들이 남겨주신 이야기로 만들어지는 자리들입니다.
아직은 서울에서만 열고 있습니다. 다른 도시에 계신 분들께는 죄송한 마음입니다. 그 지역에 함께하실 분들이 모이면 꼭 그곳에서도 열겠습니다. 어디에 계신지, 어떤 자리를 원하시는지 앱에서 알려주시면 그것부터 세어 나가겠습니다.
첫 자리는 네 분과 함께했습니다. 많은 숫자는 아니지만, 처음 만난 사람들이 그림을 보고 차를 마시고 밥까지 먹고 헤어졌습니다. 그거면 충분한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출처
자주 묻는 질문
티타 티타임 자리는 누구나 신청할 수 있나요?
만 45세 이상이면서 본인인증을 마친 티타 회원이면 신청하실 수 있습니다. 자리마다 대상 나이대가 정해져 있는 경우가 있어, 앱 홈에서 지금 신청 가능한 자리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비용이 드나요?
자리 참가비는 없습니다. 다만 찻값과 식사, 관람료가 있는 경우에는 각자 주문하고 각자 계산합니다. 비용이 드는 자리는 신청 화면에 금액을 미리 안내드립니다.
처음 나가는데 어색하지 않을까요?
전시나 영화처럼 함께 볼 것이 있는 자리를 주로 엽니다. 방금 같이 본 것이 있으면 무슨 말을 할지 미리 고민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먼저 일어나셔도 괜찮다는 것도 안내문에 적어 드립니다.
이번 주말, 차 한 잔 어때요?
결이 맞는 사람과 가까운 동네에서. 티타가 관계를 연결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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